생각정리
이직 후 일기 - 메타인지 본문
이직을 했다. 이를 겪으며 느낀 바를 일기처럼 써본다.
작년 말, 여러가지 사연으로 인해 이직을 결심했다. 4년차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나의 방향성을 확실히 고려하여 회사를 정해야 했다. 재밌게도 처음에는 절대 로봇 분야에 다시 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다시 로봇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번 이직 과정을 요약하자면 메타인지가 늘어나는 시간이었다고 정의하고 싶다.
이직 초반, 나는 더 general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로봇과 같은 특수 분야, 특히 로봇을 위한 비전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사람으로만 남고 싶지 않았고, 그렇기에 다양한 도메인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런 도메인은 대부분 여태 충분히 해본적 없던 분야였고, 그렇기에 불합격의 고배를 계속 맛보게 되었다. 이제는 나를 뽑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충분히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이를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 운이 좋게도 현재 회사에서 로보틱스쪽 직무로 지원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당시 전화를 받던 순간에는 로보틱스를 하고싶지 않다고 답변을 했으나, 여자친구의 독려로 담당자분과 캐주얼 미팅까지는 하게 되었고, 이것이 내 결정을 바꾼 큰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며,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잇는 다리가 되는 제품이다. 이를 통해 물리적으로 환산되지 않는 세상에 많은 정보들을 숫자화하여 가치를 가져오고 싶다. 이 말을 듣는다면 로봇 개발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피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고민보다 연구를 위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제품지향적인 생각을 하는 나는 이 분위기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나의 업을 옮기려 했고, 일반 백엔드 직무로 여러 회사에 지원을 했었다.
이러한 나의 생각의 흐름은, '리서치를 하는 회사보다 제품을 찍는 회사가 좋다' 라는 흐름 대신 '로보틱스 직무보다 백엔드 직무가 좋다'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머리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큰 오류 중 하나였으며, 이로 인해 백엔드 직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스스로 왠지 모를 불편함을 계속해서 느끼게 되었다. 다행히 캐쥬얼 미팅 이후 이러한 생각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고,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엔지니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좀 더 확실하게 세울 수 있게 되었고, 기쁜 마음으로 로보틱스 분야로의 합류 의사를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이직이라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그리고 세상으로부터도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되었고, 이를 통해 내 생각이 좀 더 구체화된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나는 불완전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으며, 다행히 웃으면서 이런 회고도 할 수 있을만큼 많은 성장과 값진 결실을 얻은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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