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연말 결산 - 3, 결혼
올해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한 일이다. 결혼은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큰 도전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은 큰 행복이지만, 책임져야 하는 가정이 생기고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결혼이 나에게 주는 여러가지 의미를 정리해보았고, 정리된 생각을 잘 녹여서 프로포즈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와닿았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혼에 대한 생각부터 정리해보자면,
먼저 결혼이란 어떤 행위일지부터 생각해봤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모든 어른으로부터 진정 독립을 하고, 첫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는 점에서 출정식과 같은 모습도 가진다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시간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나를 지켜주는 모든 방패로부터 벗어나 세상의 고난과 시련을 더 직접적으로 겪는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혼은 행복과 고난의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에 대해 생각하면서,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행복한 감정이 결혼 후 겪을 어려움이 주는 불행한 감정을 넘어서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즉 1) 함께 했을 때 행복한가, 2) 어려움을 겪어도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가, 두가지 질문으로 구체화 될 수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함께 할 때 행복한 사람을 일찍 만났고,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해서 1번 질문은 충분히 답을 찾았는데, 그러나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 답게 2번을 생각해 보아야 했다.
그런데 '어려움을 겪어도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것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면, 관계란 것은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과연 나는 어려운 상황이 왔을 때 상대방과 함께 어려움을 잘 해쳐나갈 수 있는 사람일까?' 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 싶었다.
나는 이기적인 면이 많은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거기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래서 만약 어려움이 온다면 내가 버틸 수 있을지, 혹시 스스로만을 생각하며 상대방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함께 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상대방을 위해 양보하고, 내가 원하는 것 뿐 아니라 상대방이 행복한 것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 순간들이 꽤 의미있고 행복했는데, 그렇다면 힘든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나보다 상대방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 아깝지 않을 것이고, 이를 통해 충분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과연 나는 어려운 상황이 왔을 때 상대방과 함께 어려움을 잘 해쳐나갈 수 있는 사람일까?' 에 대한 대답을 해보자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힘든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나는 나의 것들을 양보하고 희생할 것이며, 그런 자세를 가진다면 어려운 상황들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물론 이 결론은 논리적인 비약이 조금은 있는데, 사실은 인과관계라기보다는 일종의 각오나 의지에 의존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이란 오히려 이런 각오와 의지를 바탕으로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돌고 돌아 1), 2)를 모두 만족하는 해피엔딩.
이런 마음을 녹여서 프로포즈 편지를 썼다. 다행히 수락은 해주었고, 정말로 결혼을 앞둔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24년의 큰 숙원 사업 중 하나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