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회고 - 2
올해 있던 사건 중 가장 중요했던 이직에 대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만 4년차의 machine learning engineer가 되었다. 석사 졸업 이후 한번의 이직을 했는데, 이에 대해 주절주절 일기를 쓰고 싶어 글을 쓴다.
나는 어떻게 MLE가 되었나, 뭐 딱히 전략을 세우고,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던 것은 없다. 아니, 사실 많은 고민들과 전략을 세웠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포기했는데 그 중 한두가지가 이루어져 이러한 길을 오게 되었다. 다만 대원칙은 있었는데, 나만의 해자를 건설하자는 생각이었다. 그 해자가 얼마나 깊은지, 튼튼한지는 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양한 행동들을 해보았는데, 다행히 머신러닝 개발이 내게 처음 성공적인 해자를 만들어 주었고, 나는 이제 이 해자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러한 포지션을 잡게 되었다.
헌데 뭐 그게 내가 잘나서 해자가 만들어졌나? 지금도 내 실력은 항상 미천하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지 않다. 다만 다행히도 그 과정에서 운이 매우매우 좋았다. 운이 좋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인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뜻이다. 뭐 그것마저 다 과거에 쌓았던 행실들이 내게 돌아온 것이라면, 100%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통제하지 못한 많은 요인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것저것 사리지 않고 최대한 도전해봤던 시간들은 스스로 참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 때 서울대를 가겠다는 생각만으로 끝없이 공부했던 순간들, 대학교 입학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자동차 동아리 대회를 나가겠다고 회장직을 맡던 순간, 학계보다 산업으로 가고 싶어 박사를 때려치고 석사로 졸업한 순간, 그리고 입사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머신러닝 영역에서 프로덕트를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하던 순간들, 이외에 다양한 순간들에서 성공했던 순간도 있고, 실패했던 순간도 있었으나 적어도 내 인생에서 하나의 해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도전의 횟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고, 내면의 불안함은 여전히 크다. 아직 나는 나의 해자가 충분히 크고 깊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엔지니어로서의 지식도 참 부족하고, 맘 맞는 동료들을 충분히 리드할만한 역량도 아직은 부족하다. 다행히 나는 아직 젊고 시간이 많으니 더 많이 도전하여 원하는 해자를 만들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