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회고 - 고객 요구사항이 없는 제품의 시작

종시- 2023. 5. 21. 21:15

고객 요구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신사업 kickoff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테크 스타트업의 엔지니어로 활동하던 나는 머리 속에서 특정 비즈니스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픽스한 후 이에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 스택들을 개발하는데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러한 형태의 진행은 순서가 뒤바뀐 방법이라 생각한다.

 

기술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처음 시작은 문제 정의를 명확히 하고, 고객 및 현장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했다. 풀고자 하는 비즈니스 상황이 명확하지 않으면 기술적 요구사항이 광범위해지고, 난이도가 올라간다. 짧은 시간 내에 이러한 광범위한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기술 구현은 몹시 어려운 일이므로 좀 더 확실한 시나리오를 구성해야 했다. 하지만 나도 기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서였는지, 특정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상황들을 찾기 시작했고, 한두가지 그럴듯한 가설들을 확인하자 확실한 사업적 구상 없이, 그럴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지 못했고, 흐지부지 사라지게 되었다.

 

사실 이 접근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배달의 민족 포함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그러했듯,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에는 전사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개발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최소한의 기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나 역시 당시 그 내용을 몰랐을 리 없었으나, 나의 상황으로 들어오니 이것이 객관화 되지 못했고, 특정 기술을 구현하는데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더욱이 원하는 시나리오, 원하는 기술 등이 머리속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프로젝트 진행이 탄탄하게 될 수 없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이래저래 여유가 있던 상황이었다면 조금 더 하나하나 짚어볼 수 있었겠지만 당시는 지금보다 더 아는 것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해서 이러한 부분들이 명쾌하지 못했다. 이러한 회고를 바탕으로 추후에는 더 멋지게 프로젝트들을 성공시키고 싶다.